사업계획서는 허구의 말을 실체로 존재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는 말은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나 “이런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라는 말과 같다. 하나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무엇보다 베일에 인 창업의 길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작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내가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또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알 수 있도록 ‘산파술’로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며, 몽상의 아이디어에서 ‘미래에 존재할 무언가’를 현재로 끌고 와 실체로 변모하게 해준다. 쉽게 말하면, 허풍이 허풍이 아니게 된다는 말이다.
사업계획서의 정해진 틀에 맞춰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방법을 작성하다 보면, 처음에 두리뭉실했던 아이디어는 점차 살이 붙어가고, 또 잘못된 부분이나 무지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피보팅’을 거쳐 더 발전된 아이디어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시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또는 경쟁력이 아예 없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이 불가능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등 돈과 시간을 크게 투자하기 전에 데스크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게 된다. ( 사실 사업계획서라고 절대 책상에 앉아서만 진행해서는 안 된다. 조사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나 깊은 고찰을 동반한 니즈 등은 직접 필드로 나가 리서치,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 하지만 사업계획서상 사업이 부정적인 결과가 분석되고 예측되더라도 그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사업계획서를 써나가며 얻었던 시장 분석 데이터들과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아이디어들은,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진짜’ 아이템을 탄생하게 하는 배경지식이 된다. (이렇게 배움을 얻으며 성장하는 스타트업 방법론 중 정말 중요한 개념인 ‘린(lean) 스타트업’은 다음에 따로 챕터를 나누어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며 ‘창업뽕’에 빠졌다가도 수 십 번이고 좌절을 겪게 되는 이 시기에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좌절감이야말로 시장에서 통하는 사업 아이템을 보는 기본적인 눈을 만들어주고, 창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주는 담금질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없던 스타트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직하게 ‘기술과 시장, 그리고 고객과 가설에 대한 고뇌’를 끈질기게 진행해 나가야만 한다.